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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의 결혼이야기

우린 어떻게 결혼하게 됐을까? 남자답고 여자다워야 할까?


남성성/여성성을 분리해 다른 것인 것 처럼 강조하는 한국교회


한국에 살면서 교회에서 하는 결혼예비학고, 기독교 연애 강의, 크리스쳔 연애가이드, 크리스쳔 결혼 가이드, 크리스쳔 결혼학고, 등등의 결혼 강의 및 설교들을 자연스럽게 많이 들었다.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 남자와 여자의 습성을 강조하고 어떻게 그것을 이용해서 결혼하는데 잘 행동할 수 있을까.. 말씀 하신다. 그리고 꼭 붙이시는 말은…여자는 여성적이고, 하고 남자가 남성적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말.. 설교시간에 많이 들었다. 성경에 그렇게 나오나? 그건 어디서 나온 말일까? 글쎄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하나님은 우리가 여성적인지 남성적인지 신경쓰지 않으신다고 생각한다. 심리학적으로도 남자 여자를 불문하고 모든 사람의 심리 속에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가지고 있다. 남자도 그 안에 남성성과 여성성을 가지고 있고 여성도 그 안에 여성성과 남성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남성성(아니무스), 여성성(아니마)라고 한다… 그리고 그 남성성과 여성성의 모습은 그 사람이 살아온 인생의 다양성만큼이나 다양하다. 나의 내면에서 나의 남성성과 여성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잘 조화시키느냐가 건강한 인간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을 볼때도 그 사람이 남자다운가 여자다운가 보다는 그 사람 내면에 있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얼마나 잘 조화되어 있는가 이것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혼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연애하면서 그런 것들을 볼 수 있는 눈과 경험을 기르고 또 그를 통해서 나의 남성성과 여성성의 조화를 이루는 것을 연습하고 훈련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표면적으로 누군가 좋다고 말하는 모습인 남성적이고 여성적인 모습을 갖추는게 그리스도인의 과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추상적인 남성성 여성성 보다는 차라리, 성령의 열매를 강조하는게 더 낫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한다. 자연의 인간인 상태로 갖게 되는 남성성 여성성 보다는, 그 자연적인 남성성 여성성을 가진 사람이 성령의 열매로서 가지는 특징들,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 와 같은 특징들을 교회에서 결혼전에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성령의 열매 모두 결혼생활에 매우 중요한 기독교적인 인격적인 특징이다. 왜 한국교회는 이런 것들을 강조하지 않고, 남자의 특징, 여자의 특징들을 가르치는 걸까…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내가 그런 의문을 가진 계기는 내가 대학에서 인지과학을 부전공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 가족이 조금 한국에서 흔히 말하는 보통의 레인지에서 조금 벗어난 집이다. 우리 아버지는 여성적인 면이 강하시다. 나는 아버지로부터 한국사회에서 말하는 “어머니의 따뜻하고 섬세한 돌봄“을 배웠다. 아빠는 사고형이신데도 불구하고, 여성을 뛰어넘는 돌봄과 꼼꼼함을 가지시고 부드럽게 나를 기르셨다. 우리 아버지는 우리 가정에서 한국 교회에서 말하는 남성성, 특히 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있지 않는다. 우리집의 모든 중요한 결정은 우리 엄마가 내리신다. 물론 아빠와 상의하는건 결혼생활의 기본이니 말하지 않겠다. 아빠는 왠만하면 엄마의 의견에 순종해서 따라가시는 편이다. 그리고, 밖에 나가서 모르는 사람에게 물어 볼 일이 있으면 아빠는 꼭 엄마에게 시키신다 “여보, 여보가 가서 물어 보고와요….” 라고 하신다. 그럼 엄마가 당당히 가서 앞에 나서서 물어 보고 오신다. 이거 모두 한국 교회가 말하는 결정하고 앞서는 남자의 역할을 우리 엄마가 하신다. 우리집을 키우고, 경제적인 부를 이루고, 중요한 시점에 이사를 가고, 아이들의 교육 등등 우리집의 가장 중요한 결정들은 모두 우리 엄마가 결심하셨다. 심지어 십일조도 우리 엄마가 결심을 하셨다. 우리 아빠는 동의하시며 뒤를 따라오면서 도와주시는 역할을 하신다.

우리 아버지는 잘 웃으시고, 마치 엄마가 아이들을 위해 희생하듯 우리에게 희생의 돌봄을 베푸셨다. 꼼꼼한 물건을 챙기는 것 아빠가 하신다. 방 청소하고, 신체를 깔끔하게 유지하기 위해 꼼꼼하게 자신을 돌보는 것 모두 아버지께서 교육하셨다. 아빠는 자기 전에 깨끗이 씻으시고, 얼굴에 토니모리 알로에 팩을 바르시고, 발에는 풋크림을 깔끔히 바르시고 주무신다. 딱 여자들의 나이트 루틴이다. 엄마는 사실…대충 씻고 남자들 처럼 털푸덕하시게 주무시는데, ㅎㅎ 우리 엄마는 그런 아빠를 보고는 “니네 아빠는 여자여.. 여자 (방긋) 너무너무 귀엽고 매력적이지 ㅎㅎ ” 하신다. 아빠가 직장생활이 힘드셔서 엄마한테 푸념을 늘어 놓으시면 엄마는 “걱정마 당신 직장 그만 두면 내가 노상이라도 해서 당신 먹여살릴테니 걱정을 말어 토닥토닥” 우리 엄마는 남자처럼 듬직한 모습으로 아빠를 안심시키셨다고 한다. 내가 이런 가정에서 자랐다 보니, 사실 교회에서 말하는 한국사회의 남성성/ 여성성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우리 집에서 산 증인이니…하나님은 사람을 “남자/ 여자”로 딱 나누어 만드시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여성적인 우리 남편

남편과 나도 한국 교회에서 말하는 흔한 남성성 여성성에 벗어난 사람들이다. 우리 아버지가 약간 여성적인 부드러움을 가지신 분이다 보니, 나도 여성성적인 부드러움을 가진 있는 남자에게 남자로서의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 우선 남편은 외모부터가 … ㅋㅋ 그렇다. 남편은 금발의 찰랑거리는 직모를 어깨까지 길러 찰랑거리는 단발머리를 하고 있다. 머리를 짧게 하면, 몇달에 한 번씩 미용실에 가야하는게, 기르면 매달 머리를 자르러 가지 않아도 되서 좋다고 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오면서, 공부할때 외모에 신경쓸 시간이 없어서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남편은 반묶음하거나, 머리를 묶거나, 똥머리를 한다. 머리를 푸는 날이 있으면 여자처럼 귀뒤로 머리를 싹 넘기는데…. 난 그런 모습 때문에 이 남자가 남자답지 않게 느껴진 적은 없다. 독일 남자들은 워낙 머리 기르는 남자들이 많아서 딱히 이산한 모습도 아닐 뿐더러.. 너무 귀엽다. 특히 요즘 가수 김범수도 머리를 길러서 묶고 나오는데 나는 그거 보고…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와.. 너무 섹시하다…. 머리 기르니 되게 스타일 있어 보인다.” 라고 생각했다. 너무 멋있지 않나?? 사회적 통념에 따라 머리 맞추느라 신경쓰고 매일 거울보면서 내가 멋있나 안멋있나 하는 사람보다 나의 특징에 맞게 스타일을 살려서 머리 기른 남자.. 매력 있다. !!  우리 남편은 굉장히 예민한 감정과 감각을 가진 섬세한 남자다. 처음 남편이 내 옆에 앉았을 때, 남편은 마치 여자 처럼 주변에서 나는 소리, 움직임, 사람들의 감정의 움직임 등을 모두 예민하게 주시하며 빠릿빠릿하게 주변의 상황을 캐치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았다.. 남편은 물리학자이고 책임감이 높고, 지적으로 굉장히 날카로운 사람인데도.. 마치, 한국 사회에서 말하는 여자처럼 풍부한 감정으로 관계를 돌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한 인간으로서는 엄청난 감정의 항아리를 가슴에 가지고 있고, 그 감정이 철렁철렁 거리다 못해 그 감정이 항아리 밖으로 흘러 다른 사람에게까지 튀는 사람이다. 이건 일하는 것과 다른 그냥 그 사람의 성향이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 욕심도 많고, 주변에 사람을 많이 두고 서로 수다를 통해 서로를 다독이고, 사람들과 연결되는 것을 좋아한다. ㅋㅋ 나 보다 수다 모임을 더 좋아한다. 우리 가족과 관련된 모든 수다는 남편이 담당한다. ㅎㅎ 나는 이런 남편의 모습에 반했다. 다른 사람과 어떤 상황에서도 화평을 이루는 모습, 옮고 그름보다는… 자신의 에고를 버리고, 내가 남자로서 가오를 잃어버리면 안된다는 헛된 생각에 빠져있지 않고, 자신의 이익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의 자존심을 가장 먼저 생각하지 않고 잘못했다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감정을 돌보고 그 사람을 세우는 모습에 “이 사람을 더 알고 싶다고 느끼게 되었다….

나는 남편이 보통 남자들이 생각하는 멋있는 남자다운 강인한 모습 보다… 남편이 주변 사람들과 화평을 이루는 모습에 반한 것이다. 그리고 그 모습은 갈라디아서 5장 22절-26절에서 말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25만일 우리가 성령으로 살면 또한 성령으로 행할찌니 26헛된 영광을 구하여 서로 격동하고 서로 투기하지 말찌니라
갈라디아서 5장 22절, 23절


반면, 나는 사고로 똘똘 뭉친 여자이고, 말수도 적고, 신중하고 객관성과 공평함에 근거해 남자처럼…듬직하고 흔들리지 않는 바위 같은 여자다. 남편은 나의 이런 면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내가 회사에서 분기별로 앞에 나가서 듬직하게 딴 소리 안하고 알찬 내용만으로 가득 채운 안정적인 발표를 하는 나를 보고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만나 대화 하면서 여성적이지 않아보여서 중성적인 모습이라 좋았다고 한다. 남편 앞에서 안정적으로 들어주고 듬직하게 바라봐주는 눈빛에 자신의 출렁이는 감정과 예민한 감각이 잔잔해지고 차분해 지는 느낌을 가졌다고 했다. 나의 흔들리지 않는 내면에 의지할 수 있어서, 굉장한 안정감을 느꼈다고 한다.

우리의 가정에서의 역할 또한 한국교회에서 말하는 남자와 여자의 역할과 다르다… 우리 가정에 대한 중요한 결정에 대해 나에게 먼저 느낌이 오는 편이다. “음.. 이렇게 하는게 좋겠다. 지금 타이밍엔 이렇게 하는게 좋을 것 같다” 이런 의견들은 나에게 감이 오고, 내가 먼저 남편에게 방향제시를 하는 편이다. 그리고…내가 남편이 해주는 것을 받는게 아니라. 내가 먼저 남편에게 준다. 같이 산책하다가  햇빛에 남편이 눈을 찡그리면 내가 햇빛을 가려주고, 내가 좀 남자처럼 듬직하게 돌봐준다. 하지만, 남편은 정서적으로 든든한 방어벽이 되어주는 편이다.. 꼭 그 사회에서 정의하는 모습.. 남자답고 여자다워야 결혼하는 걸까? 결혼은 남자다움과 여자다움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남녀가 가진 인격적인 특징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수님과의 교제 가운데 성령께서 내 안에 오셔서 맺게 되는 인격적인 열매들 사랑, 희락, 화평, 오래참음, 자비로움, 착한마음(양선), 충성, 온유, 절제.. 이런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고, 사람을 볼때도 이런 부분을 본다면 최소 어떤 환경이 오더라도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함께 가정을 이루는데 가장 좋은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은 남성성과 여성성을 구분지어 놓지 않으셨다. 오히려 하나님은 인간 안에 남성과 여성 모두를 넣어 놓으셨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겉모습은 그건 단지 문화일 뿐이고, 그 문화는 인간이 만든 것이지 하나님이 만드신 것이 아니다. 결혼하기 위해서는…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다워야 한다기 보다.. 나는 오히려 하나님이 지으신 자신의 성향, 내가 어떤 사람인지 찾고, 그 자체가 되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야 오히려 결혼이 쉽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느끼는 연애, 결혼은 마치 어떤 게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미리 정해진 캐릭터를 만들어 놓고 그걸 선택해서 게임안에서 살아가는 느낌. 게임을 하지 말고, 한국 사회가 정해 놓은 연애, 결혼이라는 틀에 들어가서 맞춰 살려고 하지 말고 그냥 하나님이 지으신 다양한 인간을 만나고, 존중하고, 사랑하고, 하나님이 예비해 놓으신 아직 무엇인지 모르는 거대한 항해를 시작하라고 말하고 싶다. 결혼하는 데 까지 골인하는데… 사회에서 말하는 남자다움/여자다움 그게 중요할지 모르지만 결혼은,,, 결혼하기 위해 있는것이 아니다. 오랜시간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스타트일 뿐이다. 결혼 예비학교에서 기독청년들의 결혼을 위해서 남성/여성의 특성을 강조하는 것 보다는…. 내 안에 성령안에 거듭난 인격의 모습이  있는가….? 그것을 강조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전형적인 남자의 특징, 여자의 특징은 그냥 저냥 연애강의 들은 세상에 많다. 차라리 그걸 보는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교회에서 말하는 것보다 더 날카로운 눈으로 남녀의 차이에 대해 분석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오직 성령의 열매는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니 이같은 것을 금지할 법이 없느니라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과 욕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 만일 우리가 성령으로 살면 또한 성령으로 행할찌니 헛된 영광을 구하여 서로 격동하고 서로 투기하지 말찌니라
갈라디아서 5:2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