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어떻게 결혼하게 됐을까? 광야 생활의 끝

하나님은 000으로 나에게 새로운 시간이 시작됨을 알려주셨다.
사람들과 정기적으로 만나세요.
그해 봄 부터 나는 독일어 수업을 다시 시작했다. 영어로 사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고, 나는 과학을 하기 때문에 영어로도 충분하다. 하지만, 불쑥불쑥 나타나는 독일어가 나를 거슬리게 했다. 그냥 내 주변에 내가 뭔가 이해할 수 없는게 있다는게 참 거슬렸다. 한국에선 모든게 나의 이해의 범위 안에 있었다. 감정선도, 시대의 흐름도 나의 미래도..모두 예측가능했다. 그 능력의 기본 바탕은 언어였다. 독일에 오니 그 기본 능력이 아주 바닥이 되었다. 독일은 일을 빼고는 나에게 가장 익숙하지 않은 곳이다. 그렇다고 독일어를 아예 못하는 건 아니지만 영어처럼 하고 싶은 말 다 할 수 있을 만큼 더 배우고 싶었다. 이번 수업은 나에게 굉장히 특별했다.
그리고 이 때 나는 몸이 많이 안좋았다. 나는 대학 때 자가 면역질환에 걸렸고 8-10년정도 투병했다. 나는 이제는 약도 먹지 않지만 가끔 무리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을 때 마치 예전처럼 급성으로 온 몸에 붉은 반점이 생기거나 입에 궤양이 생기고 무지 피곤하다. 그런데 요즘엔 꼭 예전에 병에 걸렸을 때 처럼 쉬어도 쉬어도 피로가 가시지 않았다. 몸은 항상 젖은 솜처럼 무겁고 머리도 멍해져가는 것 같아서 불안했고, 혹시.. 다시..? 하는 마음이 마음을 괴롭게 했다. 주변의 일반의를 찾아 갔다. 의사는 나를 문진하고, 피 검사 예약을 해줬다. 그리고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40대로 접어들어서라고 하기엔 이상하리만큼 몸은 너무 쉽게 피로해졌고 회복이 힘들었다.
그런데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혹시 주기적으로 만나는 친구나 사람이 있어?” 라고 말이다. 나는 무엇엔가 땅.. 하고 맞은 것 같았다. 사실 난 요즘 직장생활도 그렇고 대부분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기 때문이다.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친구를 만들어!”라고 하셨다. ”친구가 없으면 운동을 같이 하는 클럽이라도 가입해서 일주일에 한번은 밖에서 사람들과 운동을 해!“ 라고 하셨다.
네가 독일인 친구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어.
의사 선생님의 말은 마치 하나님께서 나에게 던지신 말씀 가탔다. 왜냐면 의사 선생님의 엉뚱한 조언이 있은 후 이상하게도 나는 사람을 많이 만날 수 밖에 상황에 던져 졌고, 그런 일들이 내 주변에 생기기 시작했다. 독일어 수업에서 얼굴을 익힌 터키 친구와 친해 졌고, 나는 마치 숙제하 듯이, 이 친구와 매주 한번 씩 만나 저녁을 같이 먹었다. 그러던 중 독일어 수업에서는 독일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해오라는 숙제를 냈다. 난 아는 독일 사람이 없었다. 숙제를 해 가기 위해 공원을 돌아 다녔다. 어디 물어 볼 사람이 있을 까 적당한 사람을 물색하면서 돌아 다녔는데, 어떤 독일인 남자가 노트북을 들고 와서 공원에 앉아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서 좋은 느낌이 들어, 그가 있던 곳에서 50m 떨어진 곳에 앉아 아이패드를 열고 내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 사람을 흘낏흘낏 쳐다 봤다. 이 남자는 백팩을 옆에 놓고 노트북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뭔가 쓰고 있는 것 같았다. 남자는 갑자기 노트북을 접고 담배를 피며 주변을 서성였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남자의 반응이 어떨지 가만히 봤는데, 놀라거나 불편해 하는 거 같지 않았다. 나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으니까. 마치 내가 오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나는 아이패드를 들고 말을 걸기 위해 그에게 다가 갔다.
내가 다가가자 그 남자가 먼저 말을 걸었다. 내가 일본에서 왔는지 물었다. 나는 한국에서 왔다고 한 뒤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작가라고 했다. 우린 통성명을 했다. 그의 이름은 Nico 였다. 부모님이 그리스어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했다. 독일식으로는 Nikolas라고 했다. 나는 독일어를 배우고 있고, 수업의 프로젝트 중 하나인 5-6분 정도의 인터뷰를 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흔쾌히 허락했다. 잘 배운 독일 사람은 항상 의견이 준비되어 있다. 우린 예상한 것 보다 더 많은, 10분 이상의 이야기를 녹음했다. 그리고 더 대화를 나눴다.
그는 내가 독일어 발음을 할 때 내 목소리가 좋다고 말해줬다. 토마토를 좋아해서 토마토는 꼭 집에서 키운 것을 먹는다고 했다. 공원에 반려견을 산책하는 분이 있어서 눈여겨 보자 ”개를 좋아해?“ 라고 물었다. ”응 고양이와 강아지를 좋아해“ 라고 했다. 그 남자는 새를 좋아한다고 했다. ”까마귀가 개 보다도 굉장히 아이큐가 좋대.“고 말했다. 그는 뜬금없이 나에게 ‘네가 앞으로 독일인 친구를 많이 사귀었으면 좋겠어’ 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가방에서 담배를 꺼내 찡그린 얼굴로 일어서서 담배를 피웠다. 나는 땅을 쳐다 봤다. 우리 발 아래는 크로바가 많았다. 그는 담배를 끄고 내 옆에 앉았다. 그리고 바지 주머니에서 작은 납작한 검은 돌맹이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계속 쓰다듬으면서 만지작 거렸다. 그리고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갑자기 네잎크로바를 찾아 주다
”내가 미친사람 처럼 보이겠지만, 난 감사한 일이 있을 때마다 주머니에 있는 돌을 꺼내서 이렇게 쓰다듬어. 나만의 의식 같은거야..“라고 했다. ‘ 음…뭐가 감사할까?’ 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오늘 너와 만난 것에 대해서 감사해. 그리고 너와 대화를 나누게 된 것도 감사해..“ 라고 말했다. 그리고 말없이 저 멀리 하늘을 보며 한 동안 돌을 쓰다듬었다. 돌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그는 지갑을 꺼내 열었다. ”있잖아 나는 네잎크로바를 찾는데 선수야.“ 그의 지갑에는 투명하게 코팅된 네잎크로바들이 꽤 여러개 있었다. 한 10개는 넘는 것 같았다. ”자 여기 봐봐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어. 이거 말고 집에는 더 많아..” “나 지금까지 한 40개는 넘게 찾은 것 같아. 이상하게 내 눈에만 굉장히 잘보여.“ 라고 하면서 나를 쳐다 봤다. 그는 고개를 숙여 우리 발 밑을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멈칫 하더니 손을 뻗어 아주 작은 네잎크로바를 꺾었다. ”이것봐, 너에게 줄께“.. 그의 손에는 아주 작은 네잎크로바가 쥐어져 있었다.
해가 지려고 하는지 노을이 하늘을 덮으면서 오늘의 마지막 햇빛이 땅 근처를 은은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 앞까지 노을이 번졌다. 그는 가방 속에 손을 깊숙히 넣어 뭔가 찾는 시늉을 하더니 뭔가 꺼냈다. “심심하지? 이거 할래?.” 어렸을 때 많이 했던 건데..비누방울 세트였다. 나는 뚜껑을 열어 비눗물을 뭍히고 입으로 후 불었다. 햇빛에 비춰 무지개 빛이 나는 비누방울들이 바람을 타고 우리 주변을 날아다녔다. 그는 배가 고프다며 가방에서 샌드위치를 꺼내 먹었다. 그리고, 친구가 기다려 집에 가야 한다고 해서 우린 서로를 안아주고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참 이상한 하루였다. 나는 집에 돌아와 녹차라떼를 한잔 만들어 동그란 식탁에 앉았다. 가방을 열어 수첩을 꺼내 페이지를 넘겨봤다. 네잎 크로바는 사라지지 않고 페이지 사이에 끼어있었다.
다음날 나는 네잎크로바를 코팅하기로 했다.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copy shop에 갔는데 가게 안에 사람이 많았다. 사람들이 나갈 때 까지 가게 밖에서 10분 정도 거리를 서성였다. 한 두 걸음 걷다가 수첩에 들어 있는 네잎크로바가 잘 있는지 계속 확인하면서..
문득, 노아의 방주 이야기가 생각났다. 나는 마치 이게 어떤 싸인 같다고 느꼈다. 하나님이 나에게 보내시는 싸인 말이다.
노아는 하나님께서 홍수로 인간을 진멸하기로 결정하고 노아에게는 방주를 만들어 그곳에서 홍수가 그칠 때 까지 그들을 보호하신다. 노아는 홍수가 끝난지 알아 보기 위해 비둘기를 방주 밖으로 보낸다. 저녁에 돌아온 비둘기는 입에 감람나무 ”새“ 잎사귀를 물고 왔다.
저녁 때에 비둘기가 그에게로 돌아왔는데 그 입에 감람나무 “새 잎사귀”가 있는지라 이에 노아가 땅에 물이 줄어든 줄을 알았으며” 창세기 8장 11절
집에 와서 더 찾아 보니 창세기 8장 11절에 비둘기가 물고 온 새 잎사귀의 ”새“는 히브리어로 “타라프“이고, 이 뜻은 “신선한 것을 찢어내다, 음식을 제공하다. 먹이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
나는 직감했다. 이제 하나님께서 나에게 새로운 말씀들을 먹이시겠구나. 나의 신앙생활에, 나의 인생에 뭔가 새로운 국면이 시작되겠구나. 나의 신앙생활은 이전까지 옛것이 되었고 이제 하나님께서 새언약.. 새로운 말씀으로 나를 먹이시고 나를 만들어 가시겠구나..
하나님은 어제 하필 네잎크로바를 기가막히게 찾는 독일 사람 Nico라는 사람을 만나게 하셨다. 그리고 그에게 감사한 마음을 주었고 나에게 네잎크로바를 선물하게 했다. 하나님의 싸인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 동안의 시간은 세상의 홍수 속에 마치 방주안에 있던 노아와 노아의 가족들처럼 광야에서 나를 보호하셨고, 이제 그 시간이 끝났고, 하나님께서 새로운 신선한 말씀을 찢어내어 너에게 먹이 실 것이다. 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았다. ‘이제 방주의 시간은 끝났다’라고 나에게 싸인을 주신 것 같았다.
뭔지 모르지만 내 인생의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는 페이지가 멀지 않았음을 느꼈다..